2026년, 광고 시장이 바뀌는 방향과 실무자의 대응
1. 타겟팅을 AI에 넘긴 시대, 마케터의 일은 어디로 갔나
몇 년 전만 해도 퍼포먼스 마케터의 실력은 타겟팅에서 갈렸습니다. 관심사를 어떻게 조합하고, 유사타겟을 몇 %로 만들고, 지면을 어디로 좁히는지. 그런데 요즘 매체 세팅 화면을 열어보면, 그 옵션들이 하나둘 회색으로 잠기거나 "자동"이 기본값이 되어 있습니다.
메타는 어드밴티지+ 라인으로 판매·앱·잠재고객 캠페인의 타겟·입찰·지면을 AI에 맡기는 구조를 밀고 있고, 광고 제작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구글은 PMax(실적 최대화)에 AI Max for Search, 디멘드젠까지 묶어 AI 패키지로 제시하고 있고, 틱톡의 스마트플러스, 네이버의 애드부스트까지 —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방향은 같습니다. "타겟팅은 우리가 할 테니, 광고주는 목표랑 재료만 주세요."
이 흐름 자체를 거스를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자동화 캠페인이 수동 세팅보다 잘 나오는 경우도 많고요. 다만 현장에서 라이브 시켜보면, "그럼 마케터는 놀면 되나?"의 답이 꽤 명확하게 보입니다. 일이 없어진 게 아니라, 일의 위치가 옮겨졌습니다.
자동화 캠페인은 넣어준 '재료'로 학습합니다
AI 캠페인의 성과를 가르는 건 세팅 화면 안이 아니라 세팅 화면에 도착하기 전의 것들입니다.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전환 신호. AI는 우리가 보내주는 전환 데이터를 보고 "이런 사람을 더 찾으면 되는구나"를 학습합니다. 그런데 이 신호가 오염돼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맡았던 계정에서 광고에 박힌 딥링크가 옛날 웹뷰를 가리키는 바람에 앱 전환이 통째로 웹 이벤트로 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자동화 캠페인은 열심히 학습을 합니다 — 다만 반쪽짜리 데이터로요. 겉보기엔 캠페인이 돌아가니까 아무도 모릅니다. 자동화 시대에 "픽셀·SDK·서버 전송(CAPI)이 정확한 이벤트를, 금액까지 실어서, 중복 없이 보내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일은 예전보다 덜 중요해진 게 아니라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손으로 운전할 땐 내가 보정이라도 하지만, 자율주행에 틀린 지도를 주면 그대로 갑니다.
둘째, 볼륨. AI 캠페인엔 대체로 학습이 안정되는 전환량의 문턱이 있습니다(통상 주 단위 수십 건 수준을 기준으로 봅니다). 실제로 제가 즉시 종료시킨 캠페인이 하나 있었는데, 7일간 구매가 2~3건이었어요. 이 볼륨으론 학습 임계치에 도달할 방법 자체가 없어서, 살려두는 것 자체가 회복 불가능한 캠페인에 예산을 태우는 일이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전환이 구조적으로 희박한 목표(고가·저빈도 전환)라면 자동화 캠페인이 오히려 헤맬 수 있고, 이럴 땐 전환 목표를 한 단계 앞당기거나(구매 대신 장바구니, 신청 완료 대신 신청 시작) 캠페인을 합쳐 신호를 모아주는 쪽이 나을 때가 있습니다.
셋째, 피드와 소재. 카탈로그 기반 자동화(메타 ASC, 구글 쇼핑·디멘드젠)는 상품 피드가 곧 타겟팅 데이터입니다. 특히 제가 맡았던 것처럼 상품 하나에 재고가 딱 하나인(1점1물) 중고 커머스는 피드 동기화 주기가 생명이었어요. 팔린 상품이 피드에 남아 있으면 그 광고비는 그대로 증발이니까요. 피드 품질·동기화·품절 제외 같은 "지루한 인프라"가 자동화 시대엔 곧 미디어 전략입니다.
자동화에도 '맞는 그릇'이 따로 있습니다
또 하나 실무에서 배운 건, 자동화 캠페인이라고 다 같은 물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각자 태생과 용도가 있어요.
예를 들어 메타 ASC는 카탈로그 기반 '구매' 전용에 가깝습니다. 구매 말고 위탁(판매 유치) 전환이 필요한 캠페인에는 애초에 안 맞는 그릇일 수 있습니다. 구글 쪽에서도 비슷한 판단을 한 적이 있는데, 1점1물 중고 상품은 검색 쇼핑 광고와 궁합이 나빴습니다. 특정 상품의 재고가 1개뿐이라 검색어와 상품이 매칭될 확률 자체가 낮거든요. 그래서 검색 매칭형 대신 피드를 비주얼로 흘려보내는 발견형(디멘드젠)을 선택했습니다. 중요한 건 이 선택의 근거가 "요즘 디멘드젠이 유행이라서"가 아니라 "우리 상품 구조상 검색 매칭이 어려워서"였다는 점이에요. 자동화 상품이 쏟아질수록, 유행이 아니라 우리 비즈니스 구조에 맞는 그릇을 고르는 판단이 마케터의 몫으로 남습니다.
블랙박스는 블랙박스대로 검증합니다
자동화 캠페인의 고질적인 불만이 "내 광고가 어디에, 누구한테 나가는지 안 보인다"입니다. 리포트 투명성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수동 캠페인만큼 뜯어보긴 어렵죠. 그래서 저는 평가 방식을 조금 바꿔서 봅니다.
- 캠페인 안쪽 지표(어떤 지면, 어떤 오디언스)에 집착하기보다, 계정 전체의 합산 성과가 자동화 도입 전후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봅니다.
- 매체가 보여주는 성과와 별개로, MMP나 GA 같은 제3의 축으로 교차 확인합니다. 매체 리포트는 아무래도 자기 공을 후하게 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브랜드 세이프티나 노출 제외 같은 가드레일은 자동화를 켜기 전에 겁니다. 켜고 나서 수습하는 것보다 훨씬 쌉니다.
정리하면, AI 자동화는 마케터를 대체한다기보다 마케터의 일을 "세팅"에서 "재료 관리와 검증"으로 옮겨놨습니다. 타겟팅 만지는 시간은 줄었는데, 이벤트 정합성·피드 품질·신호 볼륨·측정 교차검증에 쓰는 시간은 늘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후자가 전자보다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자동화 캠페인 성과가 계정마다 극과 극으로 갈리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자동화 캠페인을 돌리고 있다면, 한 번 물어볼 만합니다. 그 캠페인에 들어가는 재료는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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