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산사에서 주식 응원방까지, 함께 머무는 풍경

2026-11-04 48 0조윤호 마케터
TREND INSIGHT · 온라인에서 함께 노는 방식


온라인에서 절을 하고 염주를 굴린다. 다른 탭에서는 사람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전광판을 바라보며 응원한다. 일상에서 익숙한 장소와 행동이 작은 가상 공간으로 옮겨오고 있다.



온라인 사찰 ‘산사’와 코루라이브의 ‘삼전·하닉 응원방’은 분위기도 목적도 다르다. 다만 화면 속에 다른 사람의 캐릭터가 있고,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는 장면은 닮았다. 이 흐름을 곧바로 브랜드의 성공 공식으로 읽기보다, 요즘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놀이와 휴식의 한 형태로 살펴보자.





1. 사흘간 60만 명이 다녀간 온라인 절



2026년 10월 3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산사를 만든 박진원 씨는 “최근 사흘간 60만 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영문과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던 그는 절에 가서 잠깐 쉬고 싶지만 시간과 기운이 없어, AI 바이브 코딩으로 직접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뒤 이용자가 몰리면서 법당에 들어가려면 기다려야 하는 상황과 서버 과부하도 생겼다. ‘사흘간 60만 명’은 당시 개발자의 발언 기준이다. 현재 방문 규모나 장기적인 이용 추세를 보여주는 수치는 아니다.



산사의 법당과 이용자 캐릭터
산사 법당 실제 화면 · 2026.11.04 직접 캡처 · sansatemple.com


산사에서는 앱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 웹으로 법당에 들어갈 수 있다. 캐릭터를 움직여 자리를 잡고, 합장하거나 절을 한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연합뉴스가 소개한 이용자 반응에는 고요한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와 색다른 서비스가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함께 있었다. 귀여운 캐릭터, 불교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호기심도 거론됐다. 하나의 기능만으로 인기를 설명하기보다는 여러 매력이 겹친 현상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2. 구경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작게 행동하는 공간



산사의 화면에는 염주를 굴리거나 절을 하는 메뉴가 있다. 거창한 목표를 달성하거나 긴 이야기를 따라가지 않아도, 자신이 고른 행동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익숙한 의식이 간단한 화면 조작으로 바뀐 셈이다.



산사의 염주 돌리기 체험
산사의 염주 체험 화면 · 2026.11.04 직접 캡처


이런 구성이 실제로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는지는 별도의 이용 데이터가 있어야 알 수 있다. 다만 직접 화면을 살펴보면, 이용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하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절을 구경하다가 염주를 굴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잠깐 머무는 것도 가능하다.



온라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많은 말을 하거나 활발히 활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산사는 말없이 다른 사람 곁에 있는 방식도 디지털 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장면을 보여준다.





3. 코루라이브 객장에서는 함께 전광판을 본다



조용한 법당과는 다른 분위기의 공간도 있다. 코루라이브의 ‘삼전·하닉 응원방’에는 전광판, 이용자 캐릭터, 채팅과 응원 동작이 배치돼 있다. 혼자 차트를 확인하는 화면에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과 반응이 더해진 구성이다.



코루라이브 객장의 전광판과 캐릭터
코루라이브 객장 실제 화면 · 2026.11.04 직접 캡처 · korulive.com/online


여기서는 차트 자체만큼이나 ‘같은 대상을 보고 있다’는 상황이 공간의 분위기를 만든다. 스포츠 경기를 함께 보거나 실시간 방송의 채팅창에 참여할 때처럼, 관심사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코루라이브의 표시 값은 해외 거래소 추종 상품 등을 기반으로 산출한 참고가다. 서비스도 실제 주가와 다를 수 있다고 안내한다.


산사와 코루라이브가 같은 이용 동기나 성장 경로를 가졌다고 볼 근거는 없다. 두 공간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은 더 소박하다. 한쪽에서는 말없이 쉬고, 다른 쪽에서는 같은 관심사에 반응한다. 가상 공간이라는 비슷한 형식 안에서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4. 바이브 코딩으로 작고 다양한 공간이 늘어난다



이런 공간을 만드는 배경에는 AI 개발 도구의 변화가 있다. 원하는 기능을 자연어로 설명하고 AI가 만든 코드를 확인·수정하는 바이브 코딩은 개인이 아이디어를 실제 서비스 형태로 시험하는 문턱을 낮췄다.



2026년 11월 2일 아시아경제는 산사 외에도 온라인 성당, 산티아고 순례길, 불멍을 즐기는 캠프파이어 등 다양한 공간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거대한 가상 세계 하나에 모두를 모으는 방식과 달리, 특정 장소나 취향을 작은 웹 공간으로 구현하는 사례가 눈에 띈다.



제작이 쉬워졌다는 사실만으로 결과물의 품질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비슷한 배경을 사용하더라도 행동과 분위기가 다를 수 있고, 새로운 외형을 갖췄어도 이용할 내용이 부족할 수 있다. AI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저품질 콘텐츠를 뜻하는 ‘AI 슬롭’으로 묶기보다, 개별 공간이 실제로 무엇을 제공하는지 보는 편이 정확하다.





5. 잠깐의 유행일까, 계속 찾는 장소가 될까



아직 남아 있는 질문은 지속성이다. 한 번 호기심에 들어가 보는 것과 익숙한 장소처럼 다시 찾는 것은 다르다. 산사의 초기 방문 규모만으로 가상 공간 전반의 장기 수요나 수익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용자가 늘면 운영 부담도 생긴다. 산사는 접속 증가에 맞춰 공간을 늘려야 했고, 서버 비용 문제도 겪었다. 관심을 받는 순간 이후에 공간을 어떻게 유지할지는 빠르게 만드는 능력과는 별개의 과제다.



그렇다고 짧게 즐기고 지나가는 공간이 반드시 실패인 것은 아니다. 며칠 동안 함께 웃거나 잠깐 쉬어가는 놀이로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반대로 오랫동안 머무는 장소가 되려면, 초기 화제가 잦아든 뒤 어떤 이용이 이어지는지 지켜봐야 한다.



마케터에게도 당장 따라 만들라는 신호보다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의 변화로 읽을 만하다.


산사와 코루라이브가 보여주는 구체적인 장면을 먼저 보고, 브랜드와의 연결은 실제 이용 맥락이 맞을 때 생각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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